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닫기
HOME > 해외등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 해외 등대 속의 시간여행

불편함이 아름다움으로 바뀐 무안 탄도 2(Tando where discomfort turns into beauty 2)

유럽은 이 시기에 내리는 안개는 공해이지만
우리의 안개는 마음에 서정을 더하는 소재가 된다.

오늘 같은 날은 소피아 톤이나 흑백의 질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는데 트래킹을 하다가 갑자기 내린 안개는 우연찮게 만나는 귀한 소재가 되는데 이런 우연이 주는 기쁨은 걸어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내 인생의 풍경 사진 목록에 넣을 가슴 벅찬 풍경 중 하나를 만나게 된다.

카메라 모드를 흑백으로 전환시켜 산허리에 걸쳐진 안개를 담는다.

비가 내리다 갑자기 멈추면 언제나 운해는 낮은 산에서도 허리에 걸쳐지면서 장관을 만들어 내는데

평소에 좋아하던 바람은 이때는 안개를 흝어지게 만드는지라 얄밉게 다가온다.

특히 섬은 순식간에 나타나고 사라지는지라 섬허리에 걸쳐진 운해가

안개와 더불어 마음에 담기 미안할 정도의 아름다운 섬 풍경이 만들어진다.




풍경을 배경 삼아 라면으로 아점을 하고 잠시 휴식을 가진뒤 섬을 다시 걷는다.

탄도는 둘레가 짧아 목교를 다 돌고 나면

항구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진 모래 사장을 걷고 나면 모두 끝나게 되는 짧은 길이지만

불편함이 오히려 여유를 갖게하는 순간이 된다.

계절 탓이든 무엇이든 하루 하루는 선물이라고 느끼면서 살아가기란 그리 쉽지 않겠지만

섬에서의 불편함은 잠시 접어 두고 행복과 감사를 하게 된다.

변화란 아무 대책도 없이 갑작스럽게 다가오지만

변화가 있어서 과거도 미래도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시원한 막걸리 한 잔으로 동료들과 함께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지만

탄도는 그것마저도 사기 힘든 곳이기에 마음으로 대신하면서 마지막 남은 해변가를 걷는다.



다시 항구로 나와 마지막 남은 해변가를 걷는데 다시 밀물이 되어 바르게 섬으로 다가옴을 보게 된다.

이때부터는 걸음 걸이가 빨라지고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지만 이럴수록 침착한 걸음걸이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것이 섬을 걸으며 몸으로 배운 걸음걸이이다.

더 깊은 쪽은 밀물이 되어 내려가지 못하고 다시 항구 방향으로 걸어 나오는데

가끔 보이는 청자 조각이 이곳이 보물섬과 가까운 곳임을 알게 된다.

다시금 밀려오는 밀물을 보면서

유난히 나도 모르게 살아온 날과 남은 날을 가늠해 보면서

어느새 세월의 덧없음을 느낀다.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나역시 세월에 무릎을 꿇는 지금인가 보다.


이제 항구로 나가는 탄도 둘레의 마지막 해변길이다.

지난 태풍에 목교가 조금은 부서지고 위험요소로써 자리하고 있지만

그 구간을 지나면 안전하기에 빠른 걸음으로 지나왔다.

육지로 나가는 배시간까지는 3시간 정도가 남아 잠시 바람에 기대고 쉬다가

작은배를 대절해서 독배로 나가기로 했다.

워낙 작은 섬인지라 정규 여객선이 아니더라도 독배로 육지로 나갈 수 있어서

오히려 불편한 작은 섬이 큰 섬 보다도 좋은 듯 하다.

내일은 상경 시간에 맞추어 못들려본 곳을 잠시 보고 다시 생업 전선으로 걸어간다.

이제 조금씩 봄도 여름에 자리를 내어주는 시기가 되었다.

엊그제 꽃피던 봄이었는데 벌써 시간이 여름에 한발을 걸쳐두는 시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