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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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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섬티아고 순례길 걷는 길 5(On the pilgrimage to Sumtiago Five)

병풍도의 12사도 조형물을 보니 크로아티아
현대 문학의 거장 안툰 구스타브 마토스가 쓴
명시를 생각나 잠시 소개한다.

이미 한밤중, 불빛조차 가물거리네요.
검은 벨벳 위로 어둠이 무겁게 내리네요.
그대의 고운 머릿결을 떠올리니
내 이마엔 주름이 그려지네요.
멀어진 사랑, 언제, 언제나 돌아오려나.
그대는 떠났소, 어디에 있나요.
그대는 죽은 듯이 떠났소.
그대와의 거리는 죽음의 슬픈 힘.
열정으로 심장이 저미어 불확실로 영혼마저 두려워
오늘 밤 나 죽으면
내 사랑 따라 가리라.

썰물로 드러난 노두길을 다 건너와 마을 지나  

맨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폐교이다. ​

사랑이 진정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소망을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사랑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
그 사랑을 통해 그들 주변의 세상을 좀 더 환하게 밝혀 줄 수 있다는 희망이야말로
사랑을 아름답게 만드는 보이는 않는 빛일게다.




걷기는 우리 삶에 엄청난 충격에 빠진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희망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사랑하세요. 이 아름다운 겨울에 말이다.
12사도 조형물이 새워진 맨드라미 공원에 들어서면

성경 말씀이 주르륵 읽혀지는 듯한 느낌이 오는데

나도 천사가 된걸까.



긴 길을 걸었더니 함박눈이 축복마냥 코끝에 와 닿지만
차갑지가 않아서 겨울을 지나감을 알리는 듯 하다.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싶은 시간,
소유한 것으로 나 자신이 규정된다는 인식을 걷어 내면
비로소 삶의 내용, 자기 자신이 오롯이 드러날 것 같다.


햇볕과 물과 바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나누는 온기,
이것 말고 우리 삶에 또 무엇이 필요할까.
섬에 들어서면 설수록 마음이 더 깊어 보이고
그윽해지는 것은 병풍도가 고혹적인 아름다움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