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갈대가 모두 사그라져
지금 시기는 갸냘픈 모양으로 빛나는 시기이다.
바다 갯벌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바스락 소리를 내며 서있는 갈대가
군락을 이루면 장관을 연출한다.
전국에 유명 산지가 산재 되어 있지만
바다에서는 갯벌 주변에서
갈대를 보기에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마지막 겨울의 오후를
눈으로 마음으로 즐기며 걷는
지금이 참 좋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이제 맨드라미 공원 중간길을 끝냈으니 벌써 절반을 걸어온 것 같다. 뒤돌아보니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 보이는 12사도가 나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는 듯 하다.
어디선가 나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바다를 바라보니 병풍도 항에 증도에서 건너온 철부선의 고동 소리가 공원 전체에 들린다.
남은 사도를 모두 만나고 내려 가면 아마도 맨드라미 공원의 12사도는 가슴에 새겨질 또 하나의 흔적이 될 것이고, 하나를 이루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가슴에 내려 앉을 것 같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병풍도 맨드라미 공원은 꽃피는 시절이 오면 작은 섬이지만 섬 전체에 스토리가 깃들어 지고 위대해지는 섬이 된다.
인공적 개발 못지 않게 스토리 개발도 중요하지만 작은 길마다 조형물을 설치하여 볼거리를 주고, 거기에 스토리를 입혀 또 하나의 신화를 탄생시켰다.
아마도 모든 길은 이렇게 각 조형물마다 스토리를 안게 되어 가만 있어도 서정이 내리는 섬이 됐다. 주변을 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내려 앉는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병풍도의 12사도 조형물을 보니 크로아티아
현대 문학의 거장 안툰 구스타브 마토스가 쓴
명시를 생각나 잠시 소개한다.
이미 한밤중, 불빛조차 가물거리네요.
검은 벨벳 위로 어둠이 무겁게 내리네요.
그대의 고운 머릿결을 떠올리니
내 이마엔 주름이 그려지네요.
멀어진 사랑, 언제, 언제나 돌아오려나.
그대는 떠났소, 어디에 있나요.
그대는 죽은 듯이 떠났소.
그대와의 거리는 죽음의 슬픈 힘.
열정으로 심장이 저미어 불확실로 영혼마저 두려워
오늘 밤 나 죽으면
내 사랑 따라 가리라.
[후기로 보는 시간여행]
다시 내리막이다.
길을 걸을 때 무릎이 무리가 오는 것은
오르막 보다도 내리막이기에
발바닥 통증이 올까봐
조심스럽게 갈지자 형태로 내려간다.
겨울이 끝나가는 산야엔
이리도 겨울 이야기로 가득한데
촘촘히 올라오는 매화꽃 봉오리들,
사그락거리는 눈 밟는 소리로
체력의 한계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 길 끝자락은 봄이 올 듯한,
봄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봄은 언제나 겨울을 보내면서
이렇게 시작되나 보다.
[후기로 보는 시간여행]
겨울에 내리는 눈은 언제나 여전히 축복이고,
낮의 허물을 다독이는
밤의 정화이자 모든 것을 덮는
하늘의 용서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덮을 수 있는 존재는
아마도 지금 내리는 눈보다도
더 큰 것은 없을 듯 하고
눈이 손 위에 내릴 때는
그 어떤 무게감도 없고
그저 차가움만 있을 뿐이지만
사랑도 상처도 처음에는 존재감이 없다 가도
어느 순간 쌓여있을 때는
그 존재감이 나타나게 된다.
지금 내 손위에 내리는 눈처럼...
[후기로 보는 시간여행]
설중매가 저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봄 꽃의 대명사인 매화는
한쪽 어느 곳에서라도
사랑이 남아 있으면
한 두송이 피웠다가
나머지 전체를 피어주게 한다고 하더니
폭설이 멈추고 나면
온통 붉음으로 그 부끄러움을 보여줄 듯 싶다.
매화를 보며 사랑이 없을 때
실망은 좌절을 낳지만,
사랑이 지극하면
실망이 기쁨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후기로 보는 시간여행]
우린 언제 한 번 저 내리는 눈발처럼
맹목으로 하얗게 스러지는 순정인 적 있었던가
시인의 말이 절창으로 들리는 내장산 폭설 속이다.
어둑한 저녁에 내리는 하얀 눈발처럼
참 깨끗하고 명징한 시라고 느낌이 온다.
지금보다 성장하려면 고난과 역경을 만나게 되는데
내 삶 속의 고난과 역경은 비록 괴롭고 힘들지만,
또 그것들이 있어야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변화의 요인이 되기에 그래서 시조처럼 짧지만
간결하고 명확한 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이 과정 때문에
내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폭설에서 한발 더 내 딛는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이곳은 과거 현대 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서산목장에서 키운 소 1001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방북한 것으로도 유명한 목장이기도 하다.
서산 한우 목장은 가축병으로 한우를 보호하기 위해 내부 출입이 금지되어 외부에서만 관람볼 수 있어 길은 있지만 아무나 걸을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일몰 시간이 조금 길어지긴 했지만 전체 코스를 빠른 시간에 걸어야 하기에 마음이 바빴던 목장길이고, 여유로 걷는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크긴 했지만, 가장 기억하고픈 순간을 눈과 가슴에 담는 시간이 참 좋다.
주소 : 충남 서산시 운산면 태봉리 산2-1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칠산 뱃길 3백리를 걷다가 노을을 만나게 되면 하염없이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게 된다. 노을을 좋아하면 외로워진다는 속설처럼 오늘은 다리가 아파서인지 혼자임이 그냥 서럽게 느껴지는 길이다.
어쩌면 휴식과 안정을 위해 걷는다고 하지만 트래킹 역시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가끔은 예외가 있는 듯 하다.
오늘은 노을을 보는데 推波助瀾(추파조란) 한자가 생각난다. 물결을 밀어 더 큰 물결을 조장한다는 뜻인데 생각을 깊게 하면 더 깊어져 머리가 아픔을 말 할 수 있는 단어이다.
주소: 전남 영광군 염산면 봉남리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병풍도는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딸린 섬이며, 구릉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져 있고, 해안에는 간석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다.
일부지역은 방조제를 쌓아 농경지와 염전으로 이용하고 있고, 병풍도의 가장 큰 특징은 보기섬과 신추도가 방조제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이 되었다.
썰물 때에는 노두가 있어 대, 소기점도, 소악도와 노두로 연결되어 5개의 섬을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기에 5개 섬을 합쳐서 병풍리라고 부른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예수의 12제자를 상징하는 건축 미술품 따라 걷는 섬티아고 순례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야곱이 복음을 전하려고 걸었던 길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섬티아고로 다시 탄생한 기점·소악도 12km 순례자의 길 위에 세워진 12개의 예배당이지만 대기점도에서 시작하고 병풍도를 건너보는 것이 가장 좋다.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신안은 섬의 천국이기에 신안군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섬으로 재탄생 했으며, 순례길을 걷고 또 걷는 고난의 여정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