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도심서 여행을 한다면 많은 곳을 다녔겠지만
비나 눈이 오는날 거리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걷다 보면 사람보다 좋은 것은 없음을...
바람이 지나가면 반드시 하늘은 열리고
하늘도 맑디 맑아 평소에 보이지도 않던
풍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아마도 많은 문학가들은 이런 광경을 보면
역경을 이겨낸 뒤의 하늘이라고 말할 것이다.
역시나 바람이 모든 악한 것을 몰고 가버린 탓에
지나간 다음에 오는 하늘은 청량함을 주는 것 같다.
사랑도 아픔을 가졌더라도 다음에 오는 사랑은
앞 사랑이 모든 아픔을 데리고 가서
가슴에 작은 앙금이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주어
더욱 아름답고 예쁜 사랑을 할 듯 하다.
이제 마지막 여정을 향해서 걷는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세상에는 많은 작곡가들과 가수의 음악이 있지만,
김윤아의 곡만큼 나를 위하는 음악이 또 없나 보다.
역시나 길을 걸을 때는 김윤아의 노래보다 듣기 좋은 노래는 없는 듯 싶다.
이제 마지막 집을 보게 되면 내 지나간 시간에는 또 하나의 이력이 쌓일 것이다.
눈이 녹아 내리고 봄풀들이 가득 찰 때는, 산야의 들길에는 온통 봄 색으로 가득차게 된다.
이때쯤 겨울은 봄에게 자리를 내어줄 듯 하다.
이 겨울이 다 가기전에 좀 더 느낄 수 있는 길을 걷고 싶지만 시간이 그리 허락하지 않아서 아쉽다.
모든길에는 추억이 있고 숨겨진 감성을 찾게 해주는
마력을 알게 되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마지막 눈은 봄이 오기 전 바다로 들것이고,
긴시간 동안 바다를 유영한 뒤
바다로 강으로 들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바람과 구름과 비가 되어
다시 이렇게 눈으로 찾아올 것이다.
얼마전 읽은 공지영의 소설은 내 인생에 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듯하다.
삶을 돌아보면 설렘을 느끼게 하는 봄비와는 달리
겨울눈은 지금처럼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태양이 점점 멀어져 가는 찬기운으로 감정의 기온마저 떨어뜨리고 그래서 겨울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눈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눈이 지나가면 아마도 남녘은 야생화가 피어나면서 봄이 올 것이고, 거리에는 꽃들이 피어나면서 탐스럽게 피어나는 봄꽃은 마치 지나간 시간들처럼 내 주변에도 지나간 시간이 쌓일 듯 하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점심을 간단하게 하고
소악도를 향하여 노두길을 걷는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이 아마 마지막 진섬은 어려울 듯 하다는 말을 하신다.
머 못 건너면 담에 한번 더 오지요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노두길을 지난다.
노둣길에 중간에 있는 9번집은 밀물에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오는 위치에 있다.
어차피 12번을 못하니 조금은 마음에서 여유가 생겨
9번집 앞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또 눈이 바람과 함께 내리기 시작한다.
지금 내리는 눈은 나를 차갑게 하는게 아니라
축복을 주는 눈이다.
제법 굵어지는 함박눈은 아마도 올 겨울 마지막 눈이 될성 싶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이어서 걷는 섬티아고 7, 8번 조형물 길은 썰물에 드러나는 갯벌이 많이 보여 지루하지 않고 변화무쌍한 바다속을 보며 해안 전체가 자연이 조각해 놓은 멋진 풍광으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되는 지역이기도 한 코스다.
소악도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 촬영지로도 유명하며, 섬 여행시 필수 코스가 되는 지역이 되고 있다.
섬티아고 로드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는 길을 걸어서 해안 전체를 본다면 거의 하루를 다 소요할 정도로 기나긴 거리이기도 하지만 자연이 도와주어야
4개의 노두길을 건널 수 있는 섬이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소기점도로 향하는 노두길을 지나
조금은 가파른 길을 오르고 나니 숨이 차와서
어제 다르고 오늘이 다른 몸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 흔히들 말하는 세월감이 이런건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시점.
아직은 겨울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맞바람은 어느새 서둘러 겨울을 보내는 것 같은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경칩이 넘어선 봄볕은 하루가 다르게 따스해지고
주변에 봄꽃들이 올라와 섬티아고를 걷는 느낌이
여느 계절보다도 좋다.
밀물 시간이 조금씩 가까이 오는지라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지만 여름보다는 역시 짧은 시간임을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 되고 있다.
밀물과 썰물은 자연 현상이지만 세상 어느 곳이
지금 서 있는 이곳보다도 편안을 주는 곳이 있을까.
바다물이 넘나드는 곳까지 내려 가 보는데
바로 아래 보이는 소기점도 갯벌이 봄볕을 받아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이제 올 겨울에 마지막으로 내리는
남녘의 눈을 맞으며 또다른 일정을 행해서 걷는데
구름이 비껴가며 내리는 눈은 그저 좋기만 하다.
4번 코스로 가는 길은 지름길과 주어진 길
두 개로 나뉘는데 논두렁 사잇길을 택해서 걸어본다.
언덕길을 숨가쁘게 오르고 나면
왼쪽으로 1키로 바로 가면 왕복 2키로가 줄어들기에
순간 선택을 하게 되는데 막상 걸어보면
왕복해도 1키로 미만일 것을 선택하고선
4번 역시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갈대가 모두 사그라져
지금 시기는 갸냘픈 모양으로 빛나는 시기이다.
바다 갯벌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바스락 소리를 내며 서있는 갈대가
군락을 이루면 장관을 연출한다.
전국에 유명 산지가 산재 되어 있지만
바다에서는 갯벌 주변에서
갈대를 보기에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마지막 겨울의 오후를
눈으로 마음으로 즐기며 걷는
지금이 참 좋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이제 맨드라미 공원 중간길을 끝냈으니 벌써 절반을 걸어온 것 같다. 뒤돌아보니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 보이는 12사도가 나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는 듯 하다.
어디선가 나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바다를 바라보니 병풍도 항에 증도에서 건너온 철부선의 고동 소리가 공원 전체에 들린다.
남은 사도를 모두 만나고 내려 가면 아마도 맨드라미 공원의 12사도는 가슴에 새겨질 또 하나의 흔적이 될 것이고, 하나를 이루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가슴에 내려 앉을 것 같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병풍도 맨드라미 공원은 꽃피는 시절이 오면 작은 섬이지만 섬 전체에 스토리가 깃들어 지고 위대해지는 섬이 된다.
인공적 개발 못지 않게 스토리 개발도 중요하지만 작은 길마다 조형물을 설치하여 볼거리를 주고, 거기에 스토리를 입혀 또 하나의 신화를 탄생시켰다.
아마도 모든 길은 이렇게 각 조형물마다 스토리를 안게 되어 가만 있어도 서정이 내리는 섬이 됐다. 주변을 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내려 앉는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병풍도의 12사도 조형물을 보니 크로아티아
현대 문학의 거장 안툰 구스타브 마토스가 쓴
명시를 생각나 잠시 소개한다.
이미 한밤중, 불빛조차 가물거리네요.
검은 벨벳 위로 어둠이 무겁게 내리네요.
그대의 고운 머릿결을 떠올리니
내 이마엔 주름이 그려지네요.
멀어진 사랑, 언제, 언제나 돌아오려나.
그대는 떠났소, 어디에 있나요.
그대는 죽은 듯이 떠났소.
그대와의 거리는 죽음의 슬픈 힘.
열정으로 심장이 저미어 불확실로 영혼마저 두려워
오늘 밤 나 죽으면
내 사랑 따라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