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리막이다.
길을 걸을 때 무릎이 무리가 오는 것은
오르막 보다도 내리막이기에
발바닥 통증이 올까봐
조심스럽게 갈지자 형태로 내려간다.
겨울이 끝나가는 산야엔
이리도 겨울 이야기로 가득한데
촘촘히 올라오는 매화꽃 봉오리들,
사그락거리는 눈 밟는 소리로
체력의 한계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 길 끝자락은 봄이 올 듯한,
봄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봄은 언제나 겨울을 보내면서
이렇게 시작되나 보다.
하산 길은 보기 보단
조금은 가파르게 이어져 우측으로 휘어져 있지만
내려선 순간
길게 늘어진 길을 보며
광활한 설평을 보게 된다.
스님들이 길을 잃을까봐 애써 눈을 쓰는데
저들은 저 길을 내려갈 일이 있을까.
반가운 이들을 반기기 위한
제설이겠지만 어떤 마음일까.
그래서 시인들은 이별의 마지막 순간을 아름답다라고 표현하면서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비록 곁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 서 있는
나의 가슴에는 사랑의 말을 가꾸는 지면보다
슬픔과 함께 스러진 말들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눈 속에 빠져 버린 마음탓일게다.
아마도
올 봄은 유난히 하늘이 파랗고
바람이 산뜻하고,
피어나는 모든 꽃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런 봄이 올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