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만남과 짧은 시간을 놓고 보면 섬은 더욱 애달플 듯 하다. 위대한 개츠비를 보면 귀가 따라가며 알아서 맞춰들어야 될것 같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흘러나오는 말 하나 하나가 다시는 연주되지 않을 음정들의 배열 같았다. 라는 말이 나오는데 나 역시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서 내가 보았던 모든 것을 하나 하나씩 더듬어 볼 때 내 기억속에서 다신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순간이 있을까 하며 잠시 오랜 상상에 잠겨 본다.
이런 쉼의 시간을 갖는 내 모습이 참 좋다.
주소 : 전남 신안군 임자면 전장포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첫번째 코너의 암벽을 넘고 다음 코너로 발길을 옮기는데 또 하나의 절경에 감탄을 한다. 바로 이 순간이 섬 탐방의 절정을 이루는 순간인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행복함이 가슴이 스미고 이렇게 보이지 않던 풍경이 코너길을 돌아서 만나게 되는 절경.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때 그 흡족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암벽을 보니 한승원의 흑산도 하늘길 소설에서 나오던 문장이 생각난다.
섬에서 살면 만조 때 태어나는 아이가 많고, 간조 때 숨을 거두는 이가 많다고 했던 말이다.
주소 : 전남 신안군 임자면 전장포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한낮의 뜨거움은 등줄기에 땀을 생성하게 하고 발걸음을 더디게 하지만 평지를 건너는것 보다는 발바닥을 지압하듯이 걷는 갯바위 길이 요즘은 더 익숙해진 기분이다.
아마도 걷는 발걸음에 연륜이 생겨 이젠 걸음걸이에도 힘이 생겨 등대에 이르게 되면 내 걸음도 익어 가고 그 익어감에 또 하나를 이뤘다는 보람을 갖는다.
섬 둘레길을 걷는 데는 요령이 필요하긴 하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썰물 시간을 알아야 하고 또 하나는 안전하게 주변을 걷는 것이다.
주소 : 전남 신안군 임자면 전장포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입추가 지난 하늘에는 고추잠자리가 날고 풀벌레가 울기 시작한다. 도심에 살면 언제나 가을이 오기전 잠들기 어려울 정도의 소리를 듣곤 했는데 말이다.
몇년전 읽은 공지영의 해리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듯 했다. 이 계절에 삶을 돌아보면 설렘을 느끼게 하는 봄비와는 달리 가을비는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태양이 점점 멀어져 가는 찬기운으로 감정의 기온마저 떨어뜨리고 그래서 가을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가을비인지도 모르겠다.
주소 : 전남 신안군 임자면 전장포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요즘은 해변이 있는 곳은 어디를 가던 해당 군청에서 조형물이나 걷기 길을 조성하여 꾸며진 곳이 많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원산도는 아직까지는 조성된 길이 없어 인위적으로 조성된 흔적이 없어 섬마을을 여행하는 기분이 절로 드는 길이다.
서행에서 풍겨오는 짠내와 선창가의 비릿한 냄새가 정겹게 다가올 정도로 상쾌함을 느낄 수 있고 코너를 돌 때마다 자연스러운 섬의 모습에 상쾌함을 느끼게 되는 둘레길이다.
주소 :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리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무안 노을길 해안 일주도로를 곁에 두고 얼마전 무안군에서 야심찬 기획으로 꾸며진 노을길은 조형물들이 더해져 아름다운 산책길로 탈바꿈했다.
무안 노을길은 송현리 조금나루 해변에서 현경면 봉오제 간 총 10.75㎞의 도로를 비롯해 산책로, 공원 등이 조성되어 휴가철에 피서지로 제격이다.
기존 송림숲을 이용해 낙지공원, 전망대 쌈지공원 등을 조성하여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였으며, 특히 노을이 내릴 즈음 걷는 맛이 일품인 해변이 되었다.
주소 : 전남 무안군 망운면 송현리 451-48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여자도를 지나 데크 길을 걷다 보니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다. 때이른 모기가 보이고 차가운 바람은 해가 구름속으로 숨들어갈때쯤 주변의 모든 것에는 서정이 내린다.
그래서인지 섬의 정기는 한층 차가워지면서 아침 내내 하늘에서 받은 빛과 기운을 숙성시켜 더욱 깊은 서정으로 바꿔 놓고 섬을 가르는 몸에 끼얹어 주는 듯한 시간이 내린다.
조금전 지나간 소나기는 무더웠던 오늘 하루도 쉽지 않은 시간을 잘 보냈구나 하고 위안하면서 나에게 치는 박수일지도 모르겠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쓸쓸한 뒷면에 기대어 이별을 치른 것처럼 누가 보면 딱하고 야윈 사람, 내가 하는 모든 것이 그랬다고 표현한 이채민 시인의 글에 보면 끝자락에 내가 하는 모든 것이 그랬다고 자조하는 듯한 표현의 문장이 나온다.
이처럼 걷다 보면 모든 것을 내려 놓는 듯한 순간이 문득 찾아오게 되는데 아마도 이 순간이 걷기 경지에 이르는 순간인 듯 하다.
체력이 다하고 더위에 지칠 때 멀리 보이는 수평선이 모든 것을 내려놓게 만드는데 편하게 쉬어야 하는 순간에 모든 것을 가볍게 내려 놓게 되는 것이 삶의 아이러니인 듯 하다.
주소 : 전남 여수시 소라면 여자도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세연정에 도착하여 잠시 쉼을 가지고 돌아보는데
아쉽게도 세연정이 문을 닫아 잠겨 있어
학교를 통하여 세연정으로 잠시 들어가 보았다.
대학시절 답사로 와본 뒤 다시온 것이니 세월로 따지자면 거의 30년만에 이곳에 다시온 셈이다.
조금씩 세연정 모습이 보이는데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를 보는 듯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주변 환경만 정비하느라 바뀐 듯 하고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제자리인데 나만 나이 들어서 이곳에 선 듯 한 느낌이 든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압개예 안개 것고 뒫뫼희 비췬다, 밤믈은 거의 디고 낟믈이 미러 온다, 강촌 온갓 고지 먼 빗치 더욱 됴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중 봄노래 일부인데 이 시조는 윤선도가 1651년 벼슬을 버리고 보길도의 부용동에 들어가 나날을 보내면서 지은 연시조이다.
봄부터 사계절을 노래한 어부사시사는 40수로 되어있고, 윤선도가 시조의 형식에 여음만 넣어 완성한 것이다. 이현보의 어부사에서 시상을 얻었다 하나, 요즘말로 표현하면 편곡 정도라 할 수 있다.
우리말로 전혀 새로운 자신의 언어를 능란하게 구사하여 속계를 벗어나 자연에 합치한 어부의 생활을 아름답게 나타내었다. 이런 장소인 보길도는 그래서 걷기만 해도 시인이 되는 곳이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천년송과 방파제 등대를 돌아보고 얼마전 무인 등대가 된 말도 등대로 향한다. 말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 하고 있어 조금 힘은 들지만 얼마전 이달의 등대에 선정된 등대인지라 호기심이 난다.
모든 학문은 호기심에서 시작한다고 했듯이 여행 역시 이 호기심이 발동하면 몸이 절로 반응하고 육신의 힘듦은 배로 들지만 그래도 즐겁다.
새로움을 본다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멀리 보이던 말도 선착장이 5분도 안되어 가깝게 보인다. 선작장에 내려 오른쪽 습곡 형태의 기암이 눈에 들어오는데 한참을 바라다 보며 감탄사를 절로 내뱉는다.
이렇게 말도는 선착장에서부터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습곡은 오후배로 나가기전에 둘러보기로 하고 좌측 해안도로를 걷는데 절벽 역시 습곡 형태로 되어 있어 아름다운 길이다.
코너를 돌기까지는 안쪽에 숨어 있는 내항이 보이지 않기에 순간적으로 펼쳐지는 항구와 멀리 보이는 바위산이 마치 성산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