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넘어선 봄볕은 하루가 다르게 따스해지고
주변에 봄꽃들이 올라와 섬티아고를 걷는 느낌이
여느 계절보다도 좋다.
밀물 시간이 조금씩 가까이 오는지라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지만 여름보다는 역시 짧은 시간임을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 되고 있다.
밀물과 썰물은 자연 현상이지만 세상 어느 곳이
지금 서 있는 이곳보다도 편안을 주는 곳이 있을까.
바다물이 넘나드는 곳까지 내려 가 보는데
바로 아래 보이는 소기점도 갯벌이 봄볕을 받아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6번으로 가는 길은 섬이 바뀌게 되는데
이곳부터는 대기점도를 지나 소기점도로 향하게 된다.
썰물에 드러난 노두길을 지나 소기점도로 들어서면
노두길은 쓸쓸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고독한 방랑객 등의 느낌이 발로부터 전해져 온다.
이곳을 찾는 분들은 노두길에서 그 쓸쓸함 마저도 내려놓게
만드는 생각을 하게 하는 듯하다.
모두들 인생은 두루마리 화장지와 같아서 뒤로 갈수록 빨리 풀린다고 하는데
1년이 지나가는 속도가 노두길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그리 되는 듯 하다.
1년 중 가을 전까지는 천천히 가다가 추석이 지나고 나면
갑자기 빨리 지나가는 듯 한데, 앞일 걱정하기 보다는 느긋하게 보내고 싶다라는 마음은
언제나 이곳에 들어서면 갖는 생각인가 보다.
아마도 모든 생각을 내려놓은 뒤에
걷는 지금 순간이 너무 좋기 때문에 그런 듯 하다.
보통 사막에 가면 소토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사람이 발을 디디면 사람의 몸이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땅,
한 번 빨려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공포의 사막 땅,
육안으로는 구분이 안 가서 모두 마의 구멍이라고 한다.
이곳은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곳이지만
소기점도는 보이는 모든 아름다움에 빠져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는 섬으로 다가온다.
소기점도는 걸어야 하기에 불편하지만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천혜의 소토의 섬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 번 오면 다시 오게 되고,
여러번 오게 되면 때론 정착하여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이 드는 그런 섬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