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즐거울 때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은 배가 된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최고의 즐거움이 생기고, 어느 순간 가삿말이 가슴에 와 닿는 그 순간을 즐기게 되는 최고의 순간이 되었다.
노두로 넘어온 해안가 마지막 코스가 보인다. 아마도 3개의 코너를 모두 돌나면 내 발걸음의 4개이 섬이 또 기억되고 기록될 것이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그냥 쓸쓸하게 보이는 것은 내 마음이 그렇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주소 : 전남 신안군 팔금면 거사도리
오늘은 얼마전 보았던 영화가 생각났다.
떠나는 버스를 보고 평생 후회할 일을 하고만 안소니 홉킨스,
그 버스는 항상 늦는다고 말하며 그의 과거 사랑을 붙잡고 싶었던 엠마 톰슨,
그러나 그들은 빗속에서 버스에 오르는 그녀와의 악수가
마지막 인사가 되어버리는 남아있는 나날들이라는 영화이다.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붙잡지 못한 어리석음으로
다른 남자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잃게 되는 내용이다.
망설임은 이렇게 평생 후회를 주나 보다.
지금의 선착장에서 처럼 서정이 내려 앉는 오후 시간이 되고 있다.
섬에서 살면 만조 때 태어나는 아이가 많고,
간조 때 숨을 거두는 이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섬은 달의 인력이 바닷물을 끌어 당기면
사람의 액체는 바다의 인력에 끌려가는데 이것이 이별인 것이다.
이처럼 섬에서 앓는 이별 앓이가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이기에
섬을 소재로 한 모든 문학은 슬픔과 한의 정서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것 처럼
오고 떠나가기에 만남과 이별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 보면
-귀가 따라가며 알아서 맞춰 들어야 될 것 같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흘러나오는 말 하나 하나가 다시는 연주되지 않을 음정들의 배열 같았다.-
라는 말이 나오는데 나 역시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서
내가 보았던 모든 것을 하나 하나씩 더듬어 볼 때
내 기억속에서 다신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순간이 있을 까 하며
잠시 오랜 상상에 잠겨 본다.
이런 쉼의 시간을 갖는 내 모습이 참 좋다.
11월 늦가을인지라 계절이 겹쳐서 나목과 잎이 함께 보이는 시기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가 어쩌면 새로운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겨울은 아니지만 겨울 같고, 늦가을이지만 늦가을이 아닌 듯한
알 수 없는 계절 이미지이지만 고독과 쓸슬함을 동시에 주는 예쁜 계절,
이름하여 제 5계절이다.
따뜻한 홍차 한 잔을 마시고 그 신 맛에 녹아드는 시간이 좋다.
혼자 있는 시간에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몰라 막막했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것은 음악과 소설 그리고 여행이었다.
여행도 트래킹을 위주로 하다 보니 몸이 피곤해지면서
무언가에 매달리게 되었던 것이 오히려 집중력을 가져다 준 듯 하다.
소설은 읽으며 위안을 받고, 잘 읽고 있는지 염려하고,
끝내는 읽으며 즐거워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며
또 하나의 섬을 완성했음을 자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