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장마 비가 내린 탓에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눅눅하고 습기에 찬 바람이
얼굴에 스치는 시간이다.
한낮에는 뜨거워진 햇볕 탓에
인상이 찌그러지기도 하고,
어쩌면 지금 내가 사는 도시의 모습을 몸으로 체험하며 익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한용운님의 시가 생각난다.
담담하면서도 따스해 한참 동안 바라다보았습니다
라는 문장이 나를 지나간다
[365일]
비오는 날
보이는 것 모든 것이 서정이 되고 작품이 된다.
내리는 비에 나를 투영해 본다
나는 누굴까
이토록 내가 나에게 젖어 있는 날이다.
[365일]
붉게 물든다는 것은...
다함이 있다는 것일까
때론 완전체로 물든다는 것은 어쩌면 공포가 될 수도.
양면적인 이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물이 들어야 한다면 그것도 완전체로 진하게
물들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에 다함이 있다.
[365일]
나를 바라다 본다는 것은
또 다른 나를 보는 것인데
거울은 모든 것을 그대로 투영하지만
내 그림자는 그림자가 나를 바라보기도 한다
나르시즘에 빠지지 않도록
또 다른 내가 되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건만 그림자는 오로지 한가지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그것도 검정색으로만...
[365일]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김수영 시인의 풀잎이다.
언젠부턴가 저항의 가장 낮은 계급이 풀잎이 되고
가장 생명력이 질긴 것이 되었다.
살아가면서 풀잎처럼 버터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을까.
이겨내고 나면 그 향과 색은 짙게 오는 법이다.
[365일]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변화를 요구한다.
나와 다른 점 때문에 만났건만
어느 순간부터 그 점이 견디기 힘들어진다.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다 하자.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 것은 부덕일까?
지금 이 붉음을 지키지 못하는 것처럼
[365일]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날씨가 포근해져서 산책길이 한적하다.
그래도 여름이 다가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따스해진다.
4월은 삶의 근원인 햇볕이 되살아나는 날이니
조용히 한 방울 두 방울 피어나는 꽃잎을 적시는
봄 비를 보며 이런 작은 몇 개 물방울이
언제 저 꽃을 다 피울까 해도 메마름 같은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붉음에 흥건히 적셔져
있음을 본다.
[365일]
국영수 작가의 사진 작품은
언제나 따뜻한 마음이 흐르고 있다.
오랜 시간을 화단에서 나무와 꽃이 자라다 보면
교감이라는 것이 사람처럼 싹트는 것 같다.
꽃과 나무가 자리 싸움 없이 자라는 것을 보니
소통과 교감을 생각해 본다.
이 작품을 보면 서로 다른 꽃과 나무가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소박하게 살아가는 겸허한
자세를 배우게 되는 듯 하다.
나를 행복하게 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데 중요한 것은 교감과 소통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