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넒은 들을 배경으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날 즈음이면
이미 마음에는 함께 걷고 있다.
오후 빛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더이상 걷기 힘들게 되지만
가던 발길 멈추고
문득 뒤돌아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볼 즈음
아직 여운이 남아 있는
보이지 않는 길이 상상속에 펼쳐진다.
조용히 시간 물들어가는 마음의 서정은
길 위에서 나를 눕게 하는데
때론 사람도 풍경이 되는 길이 참 좋다.
[365일]
사람은 우연히 지나친 길이라고 해도
언젠가는 그 길을 다시 지나게 된다고는 하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른 곳에서 설경속에서
눈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기만 하다.
내리는 눈을 손을 내밀어 만져 보는데
그 느낌이 사뭇 가까이 다가오면서
손으로 만져지는 눈의 느낌이 포근 하다.
삶의 경륜이 어느 정도 내 손 위에 내려 앉을 때
눈의 노래를 듣지 않을까.
눈과 함께 걷는 지금이 좋다.
[365일]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썰물로 드러난 갯벌을 보며
쇼팽의 음악을 따라 흥얼거린다.
예술가로서의 정열과 지나치리만큼
섬세한 사물에 대한 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사람들 앞에서는 수줍어하고 내성적이었던 쇼팽은 결국 자신의 청순하고 뜨거운 사랑을 현실적으로는 이루지 못한 채 첫사랑의 마음을 담아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하니
전곡을 통해 넘치는 정열과 순박한 정서감을
구구절절 듣는 나의 마음을 울리기에는 충분하다.
길 위에서 음악이 흘러갈 때 걸음걸이와
템포가 같으면 걷는 나도 음악처럼 흘러간다.
[365일]
아직은 겨울이 한창이지만
1월이 지나가면 남녘에서
매화꽃 개화 소식이 들리면서
지금의 추운 겨울도 조용히 사그라질 것이다.
아직은 겨울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신년이 되고 1월이 되니
금방이라도 봄이 올 것 만 같은 느낌이다.
겨울밤은 언제나 매섭고 길다라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시간은 막을 수 없는 법이니
밤은 서둘러 봄을 불러들이는 것 같다.
[365일]
차가운 바람,
짙어지는 서리,
그리고 찬서리 내리면서 밤 기온이 하강하고
어느덧 대지는 하얀 눈으로 덮여야 하는 것이
계절의 순환일진데
눈 보기가 별따기 처럼 어렵게 되는
그런 시절이 되고 있는 듯 하다.
차갑게 얼어 붙은 대지도
서서히 그 기운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겨울의 은총은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이는 것임을
기억하고 싶은데 입춘에 겨울이 떠날 채비를 하는
즈음이다.
[365일]
새해를 맞을 때마다
오히려 더 강하게 늙어가는 듯한 느낌을
담담히 속으로 삭이는 일이 인생살이일까?
아쉬워하던 푸르른 삶은
나에게 남은 새날에는 높푸른 하늘 한구석
빛바랜 낙엽들 속에 웅크린 채로
햇빛을 그리워하며 한 겨울바람을 피하고 있는
허름하고도 가련한 삶들이
더 많이 눈에 띄어서
아파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눈이 내려도 봄은 온다.
[365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고 말도 있듯이 조선중기에 유행하던 수묵 화조화는 조선후기에 들어오면서 점차 줄어들고 이러한 화사하면서도 생생한 화풍의 채색 화조화가 주를 이루게된다.
조선후기 화조화에서 자주 함께 등장하는 매화와 대나무를 주요 배경으로 여섯 마리의 새가 정답게 어울려 있는 그림을 보다가 작가의 사진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화려함에 감탄을 하게 된다.
작가 : Chris Oh
가격 : 1000불
[365일]
꽃가지에 앉아
부리를 서로 비벼 대는 암수 한 쌍의 새를
행복한 부부 생활에 비유하여
상찬해 온 것을 비롯하여
꽃과 새는 우리 선인들이 가장 즐겼던
미의 대상이 된 의미를 부여하며
꽃을 보고 날아 드는 새를
순간 포착으로 담아 보았다.
작가 : Chris Oh
가격 : 1000불
[365일]
우연에 마음을 더하면 인연이 되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꽃은 일년에 한 번 피어나는 숙명이기에
피어나야만 하고
꽃을 찾는 새 역시 그 숙명을 안고
오늘을 살아간다.
자연스러움은 사랑을 만든다.
작가 : Chris Oh
가격 : 1000불
[365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기에
렌즈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상의 색을 담는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젠 더 넓은 세상의 경이로움을 보자
작가 : CHRIS OH
가격 : 1000불
[365일]
한밤중에 길을 걷다가
나보다 앞 선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낙엽이 뒹구는 거리가 쓸쓸해 보이는 것은
밤이 깊어서일까?
가을이 깊어서일까?
나도 이렇게 가을처럼 깊어가는걸까.
[365]
혼자 있는 시간에
가장 즐겁게 보내는 방법은
아마도 셀카 놀이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내가 나를 본다는 것은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나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그지 없다.
단지 거울 처럼 칼라가 아니기에
어두운 내 모습에 잠시 놀라기도 하지만
언제나 함께하는 그림자이기에 손을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