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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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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만 해도 시인이 되는 완도 보길도를 걷다 2(Walking on Bogildo where you become a poet just by walking 2)

세연정에 도착하여 잠시 쉼을 가지고 돌아보는데
아쉽게도 세연정이 문을 닫아 잠겨 있어
학교를 통하여 세연정으로 잠시 들어가 보았다.

대학시절 답사로 와본 뒤 다시온 것이니 세월로 따지자면 거의 30년만에 이곳에 다시온 셈이다.
조금씩 세연정 모습이 보이는데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를 보는 듯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주변 환경만 정비하느라 바뀐 듯 하고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제자리인데 나만 나이 들어서 이곳에 선 듯 한 느낌이 든다.

​계절이 아직은 동백이 남아 있어 세연정 연못에 떨어져 그 붉음을 토해내고 있다.
동백은 저렇게 지고도 그 색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사람도 동백처럼 나이 들면 붉음의 젊은 생각이 있어야 하거늘...
세연정에 몸을 기대고 잠시 머나먼 늦봄의하늘을 바라다 본다.
멀리서는 그리움으로만 생각하고 세연정을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제법 멀리 있음에 늘 그리운 것임을 와서야 알게 된다.
멀리 있기에 그리운 것이다. 나도 이처럼 시인이 된다.



​인생은 가닿을 곳으로 가닿고, 멈추어야 할 곳에서 멈춘다고 했던가.
벌써 세연정을 떠나오는데 가슴 벅찬 풍경 앞에서
다가 오는 기쁨을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살아가면서 또 언제가 될련지는 모르겠지만 세연정은
내게 있어 또 다른 그리움을 안겨준 듯 하다.
섬 속의 섬처럼 자리한 세연정 이어서 그런지 다른 곳에 비하여 볼거리는 작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욱 좋아 보였던 세연정이었고 오랜 그리움을 풀어낸 정원이었다.




​세연정을 떠나 보길도의 마지막 코스인 예송리 갯돌 해변으로 옮겼다.
부용리의 30년전 이장이신 김병술 이장님은 살아 계실까?
내나이 25살에 만나 30년이 흘렀으니 살아계시면 90에서 95정도 되실법한데...
오랜 세월 속에서 흔적을 찾아 보고 싶었지만
오후 막배 시간에 맞추어야 하기에 아쉬움을 뒤로 했다.
예송리 갯돌 해안은 새벽녘 바다로 나오면 자갈이 안개속에서 말을 건넨다
아니면 자갈끼리 수다를 떨며 썰물에 밀려간 아쉬움을 말하고 있다.



​윤대녕 소설 중 천지간의 배경이 되었던
자갈 마당 정도리의 해안가처럼 큰 자갈은 아니지만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진 예송리의 수다가 어쩌면 더 정겨운지도 모르겠다.
이제 신지도를 거쳐 노화도와 보길도 전체를 둘러 보았다.
막배 시간이 다가와서 보길도를 떠나 노화도의 끝자락 산양항으로 발길을 옮긴다.
나가는 길은 완도가 아닌 해남 땅끝항으로 정했다.
3개의 섬 걷기는 무엇보다도 또 하나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즐거운 마음과 흐믓함을 가슴에 안고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