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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칠산 갯가 3백리 길을 걷다(Walk along the 300-ri path in Chilsan, Yeonggwang)

전남 영광은 드넓은 해안을 안고 있어 서해 중에서도 노을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노을색을 보여 주는 해안 중에 하나이다.

백수 해안 도로 중에 으뜸은 대신 등대가 있지만 바다를 끼고 간조에 갯가길을 걸어 보는 것도 또 다른 해안의 모습을 보게 되어 힐링이 되는 걷기 길이다.

위쪽으로는 전망을 보며 걷는 데크길이 만들어져 있지만 좀 더 모험적인 길을 걷고 싶다면 갯가길에서 가마미 해수욕장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

주소 : 전남 영광군 백수읍 해안로 950

​영광 칠산 갯가길의 시작점인 백수해안도로를 걸었다.

갯가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것이 코너인데

멀리서 보면 곶처럼 돌출된 끝지점을 보고서 금방 가겠구나 하지만

걷다 보면 여러개의 코너를 돌아야만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사막에서 신기루가 있어 살아나는 것처럼 갯가길 역시 코너를 돌기전 도착 지점이 눈으로 보여

착시에 빠져 힘을 내게 되니 이 역시 갯가길에서 만나게 되는 신기루인 것이다.

갯가길을 걸을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된다.

갯바위를 걷다가 조금만 무리하면 이상향을 볼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무리수를 두게 되는데,

조여 오는 숨통, 서 있기 힘든 어지러움 등의 고통이 수반되고, 맑은 정신에 풍경을 즐겨야 하는데

힘들어진 몸과 마음 탓에 풍경은 멀어지게 되니 언제나 속도를 조절하면서 걸어야 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길을 걷고 무리하지 않으면 어느 지점에 이르러 서늘한 바람이 청량하게 느껴지면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서 멋진 풍경을 가슴에 담게 된다.

이것이 걷기인 것이다.

갯가길을 걷다가 느끼던 통증이 바로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 바로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하루 시간이 여름으로 넘어 오면서 조금씩 길어져 장거리 코스도 완주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흘러내리는 땀과 더위에 쉽게 지칠 수 있기에 체력을 안배해서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잠시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몸을 쉬고 다음 코스로 마음을 돌리는 지금이 가장 기억하고픈 순간을

눈과 가슴에 담는 시간이 참 좋다.

그래서 시인들은 떠나는 순간을 이별의 마지막 순간을 아름답다라고 표현하면서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여행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별을 습관처럼 하게 되기에 덤덤하고 아무런 뜻없이 받아들이는 직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름 그들이 가지는 짧은 아픔은 내일을 살게하는 힘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곁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 서 있는 나의 가슴에는 사랑의 말을 가꾸는 지면보다

이별의 슬픔과 함께 사그라진 말들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없고 하늘이 파랗고 바람이 산뜻하고,

올 여름 무더위를 몰아내 준 걷기에 좋은 비가 없어 그럴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생업이 농업인 이들에게는 나와는 반대의 상황일진데 적당한 비가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