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무안 하면 맨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발낚지와 갯벌일 것이다.
갯벌은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우리에게 귀한 자원이자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니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무안을 이번에 새롭게 정비된 노을길을
터벅터벅 말없이 걸어 보았다.
무안에 가면 썰물에는 언제든 갯벌을 볼 수 있고
아직은 여러 바닷가를 걷는 동안
개발이 덜 되어 과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기에
따뜻함이 남아 있어 즐거움을 배로 얻었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유럽은 이 시기에 내리는 안개는 공해이지만
우리의 안개는 마음에 서정을 더하는 소재가 된다.
오늘 같은 날은 소피아 톤이나 흑백의 질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는데 트래킹을 하다가 갑자기 내린 안개는 우연찮게 만나는 귀한 소재가 되는데 이런 우연이 주는 기쁨은 걸어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내 인생의 풍경 사진 목록에 넣을 가슴 벅찬 풍경 중 하나를 만나게 된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탄도는 전남 무안군에속한 2개의 유인도 가운데 1개인 섬이지만 섬 전체를 돌아도 2시간이면 충분한 곳이긴 하지만 편의 시설이 없어 육지에서 미리 준비해야하는 불편한 섬임에는 틀림없다.
얼마 전 탄도 선착장이 새롭게 정비되면서 처음으로 가로등과 선착장이 정비되긴 했지만, 조금나루에서 하루 두차례 운항하는 배를 타고 들어어가야 한다.
마을회관은 섬 주민뿐 아니라 여행객에게도 문을 열어, 이곳에서 식수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다른 섬은 물이 부족하지만 탄도는 가뭄이 와도 탄도의 지하수는 마르지 않을 정도이다.
주소 : 전남 무안군 망운면 탄도리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햇살이 금싸라기 같은 늦봄의 날.
주변 풍경이 온통 눈부신 빛 잔치인 듯 하다. 봄이 지나가는 하늘은 특히 더욱 푸르고 어디다 눈을 두어야 할지,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신 햇살과 바람이 훑고 지나가며 내는 소리는 경이로운 자연이 주는 축복의 순간이다.
광활한 갯벌 주변을 걸어 나와 도로로 접어들 무렵 또다른 섬 둘레를 걷는데 기암들이 멋진 모양을 하고선 나를 반긴다. 이것 역시 걸으면서 보는 또 하나의 풍경이 되어 다가온다. 낙화하는 시기에 바닷물이 빠져 나가며 내는 파도 소리는 그 음이 한 옥타브 낮아졌고, 가끔 지나가는 철부선의 뱃고동 소리가 벌써 애연한 낙화의 시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페루를 가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3년 정도의 시간을 보낸 뒤 뼈를 발골하여 어깨를 피로 만들어 불었다는 께냐라는 악기 소리는 현주민들도 요즘은 거의 듣기 힘들어졌긴 했지만 그 청아한 소리를 듣게 되면 평생 잊지 못할 소리가 되는데 나 역시 이곳에서 우클이나 오카리나를 연주해 보면 어떨까.
잉카 신화에 의하면 티티카카호에서 태어난 만코 카팍과 그의 누이 마마 오클로가 1200년 경 쿠스코를 세웠다고 한다. 만코 카팍이 황금 지팡이를 두드리자 기적처럼 땅이 열리며 지팡이를 삼켰는데, 그 지점에 주춧돌을 놓아 도시를 세웠다고 전해 지고 있다. 이처럼 도시의 탄생은 하나의 설화를 매개로 만들어 지는데 장산도 역시 남한산성 축조시에 강제 부역을 다녀온 이가 비슷한 섬을 보고 처음 명명했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장산도에 도착할 무렵 동이 튼다. 장산도에 도착해서 입도한 후 떠나가는 철부선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카메라가 서 있는 자리가 약간의 비스듬한 관계로 파노라마 각이 잡히질 않아 애를 먹으며 겨우 떨리는 손을 붙잡고 담아 보는데 비가 오는 까닭에 색감이 서정적을 보인다. 역시나 현상 후에 보이는 각도는 파노라마 각에서 10% 부족한 각도가 나왔지만 그럭저럭 볼만한 사진은 된 듯 하다.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aso400인지라 거친 필름이지만 비가 와서 나름 깨끗한 풍경은 된 듯 했지만 소피아 톤의 질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그래도 섬 주변을 돌기 위해서 전망좋은 곳에 도착하여 채비를 하는데 비가 그친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어여 차 하 뒤히 여허 차, 아라 가라 하앙 워나 내 세
어여라 무었네,이논빼미를 무어다가~~ 이 소리는 장산도들노래의 일부분인데 제주 민요를 듣는 듯한 가사로 이루어진 듯 하다. 힘든 노동을 하면서 그 시름을 노래로 달랬던 우리 고유의 민요로 유명한 장산도에 입도했다.
클래식 음악 매니아들은 조도가 떨어져야 귀가 예민해져 사운드가 민감하게 들린다고 일부러 음악을 듣는 순간에 촛불을 켠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진공관이 달구어지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 한다.
섬을 여행하면서 불편함이 오히려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풍경,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다가오는 것이 섬 여행의 백미다.
주소 : 전라남도 신안군 장산면
전화 : 1666-0910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도심서 여행을 한다면 많은 곳을 다녔겠지만
비나 눈이 오는날 거리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걷다 보면 사람보다 좋은 것은 없음을...
바람이 지나가면 반드시 하늘은 열리고
하늘도 맑디 맑아 평소에 보이지도 않던
풍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아마도 많은 문학가들은 이런 광경을 보면
역경을 이겨낸 뒤의 하늘이라고 말할 것이다.
역시나 바람이 모든 악한 것을 몰고 가버린 탓에
지나간 다음에 오는 하늘은 청량함을 주는 것 같다.
사랑도 아픔을 가졌더라도 다음에 오는 사랑은
앞 사랑이 모든 아픔을 데리고 가서
가슴에 작은 앙금이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주어
더욱 아름답고 예쁜 사랑을 할 듯 하다.
이제 마지막 여정을 향해서 걷는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세상에는 많은 작곡가들과 가수의 음악이 있지만,
김윤아의 곡만큼 나를 위하는 음악이 또 없나 보다.
역시나 길을 걸을 때는 김윤아의 노래보다 듣기 좋은 노래는 없는 듯 싶다.
이제 마지막 집을 보게 되면 내 지나간 시간에는 또 하나의 이력이 쌓일 것이다.
눈이 녹아 내리고 봄풀들이 가득 찰 때는, 산야의 들길에는 온통 봄 색으로 가득차게 된다.
이때쯤 겨울은 봄에게 자리를 내어줄 듯 하다.
이 겨울이 다 가기전에 좀 더 느낄 수 있는 길을 걷고 싶지만 시간이 그리 허락하지 않아서 아쉽다.
모든길에는 추억이 있고 숨겨진 감성을 찾게 해주는
마력을 알게 되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마지막 눈은 봄이 오기 전 바다로 들것이고,
긴시간 동안 바다를 유영한 뒤
바다로 강으로 들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바람과 구름과 비가 되어
다시 이렇게 눈으로 찾아올 것이다.
얼마전 읽은 공지영의 소설은 내 인생에 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듯하다.
삶을 돌아보면 설렘을 느끼게 하는 봄비와는 달리
겨울눈은 지금처럼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태양이 점점 멀어져 가는 찬기운으로 감정의 기온마저 떨어뜨리고 그래서 겨울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눈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눈이 지나가면 아마도 남녘은 야생화가 피어나면서 봄이 올 것이고, 거리에는 꽃들이 피어나면서 탐스럽게 피어나는 봄꽃은 마치 지나간 시간들처럼 내 주변에도 지나간 시간이 쌓일 듯 하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점심을 간단하게 하고
소악도를 향하여 노두길을 걷는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이 아마 마지막 진섬은 어려울 듯 하다는 말을 하신다.
머 못 건너면 담에 한번 더 오지요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노두길을 지난다.
노둣길에 중간에 있는 9번집은 밀물에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오는 위치에 있다.
어차피 12번을 못하니 조금은 마음에서 여유가 생겨
9번집 앞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또 눈이 바람과 함께 내리기 시작한다.
지금 내리는 눈은 나를 차갑게 하는게 아니라
축복을 주는 눈이다.
제법 굵어지는 함박눈은 아마도 올 겨울 마지막 눈이 될성 싶다.
[길 따라 걷는 시간여행]
이어서 걷는 섬티아고 7, 8번 조형물 길은 썰물에 드러나는 갯벌이 많이 보여 지루하지 않고 변화무쌍한 바다속을 보며 해안 전체가 자연이 조각해 놓은 멋진 풍광으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되는 지역이기도 한 코스다.
소악도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 촬영지로도 유명하며, 섬 여행시 필수 코스가 되는 지역이 되고 있다.
섬티아고 로드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는 길을 걸어서 해안 전체를 본다면 거의 하루를 다 소요할 정도로 기나긴 거리이기도 하지만 자연이 도와주어야
4개의 노두길을 건널 수 있는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