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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도의 끝자락 말도를 걷다 2(Walk on Maldo Island at the end of Gogunsan 2)

천년송과 방파제 등대를 돌아보고 얼마전 무인 등대가 된 말도 등대로 향한다. 말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 하고 있어 조금 힘은 들지만 얼마전 이달의 등대에 선정된 등대인지라 호기심이 난다.

모든 학문은 호기심에서 시작한다고 했듯이 여행 역시 이 호기심이 발동하면 몸이 절로 반응하고 육신의 힘듦은 배로 들지만 그래도 즐겁다.

새로움을 본다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말도 등대를 처음 본 느낌은 웅장한 불상이 들어있을 법한
속리산 법주사를 연상케 하는 느낌이었다.
둥그런 받침에 우뚝 솟은 등대 모습은
서해의 바람을 견디고 먼바다까지 불빛을 보내야 하기에
개선장군의 능름한 모습처럼 솟아 있었다.




한참을 말도 등대에서 휴식을 취하며 서해의 망망대해를 보는데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가 이별한 후 서로의 유배지에서 그리워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을
아마도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듯 한 생각이 들어 혼자서 웃었다.
제주의 길은 요즘 인위적으로 만들어 올레객들을 볼거리를 제공하여 주는 반면
서해의 길은 자연 그대로인지라 폰근하게 다가와서
오래된 길이라 그런지 더욱 기억에 남는 길이 되었다.




​모든 섬의 어촌 풍경은 거의가 비슷하지만
가는 곳마다 조금씩 다른 풍경이 있다면
아마도 바다 용왕신에게 제를 올리는 제단이나 다른 조각상,
또는 배에 기름을 넣는 유류 저장고일게다.
삭막하게 보일만한 그런 풍경에 채색이나 그림을 그려서 부드럽게 할려고 한
어민들의 마음이 보인다.



​등대를 내려와 다시 처음온 마을 선착장으로 향하면서
보이는 풍경들은 올라오면서 보지 못했던 습곡을 보고,
주변 꽃들을 보며 이럴 때는 혼자임이 외롭고
두려움이 조금씩 밀려오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등대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은 오히려 멀어서 꼼꼼하게 보이지 않아서
정상은 항상 더 공허하고 적막함을 주는 것 같다.

산악인들은 언제나 정상을 갈망하지만
막상 올라서서는 정복이라는 뿌듯함 외에는 심적으로 더 외로움을 느끼는 듯 하다.
뭐가 보이나? 너무 멀어서 뵈는 게 없다!! 이게 정답일 듯.
선착장 습곡 아래서 잠시 쉬는데 불어오는 바람에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고
내 눈이 상쾌해져서 보이는 모든 풍경이 청량하게 보인다.


나를 데려다 준 오후 배가 들어온다.
데리러 오는 배를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서 편안해져 온다.
떠나며 보이는 말도는 또 하나를 해냈다는 뿌듯함도 오지만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작은 섬이지만 숨어있는 아름다움이 바다 위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늦봄이지만 계절을 잃은 듯 한 바람이 불어온다.
지금 눈에 보이는 풍경으로만 본다면 여름이라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듯 하다.
이제 방축도를 걷기 위한 일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