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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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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임을 즐기게 되는 장산도 4(Jangsando 4, to enjoy the Alone)

햇살이 금싸라기 같은 늦봄의 날.

주변 풍경이 온통 눈부신 빛 잔치인 듯 하다. 봄이 지나가는 하늘은 특히 더욱 푸르고 어디다 눈을 두어야 할지,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신 햇살과 바람이 훑고 지나가며 내는 소리는 경이로운 자연이 주는 축복의 순간이다.
광활한 갯벌 주변을 걸어 나와 도로로 접어들 무렵 또다른 섬 둘레를 걷는데 기암들이 멋진 모양을 하고선 나를 반긴다. 이것 역시 걸으면서 보는 또 하나의 풍경이 되어 다가온다. 낙화하는 시기에 바닷물이 빠져 나가며 내는 파도 소리는 그 음이 한 옥타브 낮아졌고, 가끔 지나가는 철부선의 뱃고동 소리가 벌써 애연한 낙화의 시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벚꽃잎이 날리는 순간빨간 잠시 숙였던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얼마만에 가지는 여유로움일까나.
일상 생활에 지치고 마음에 피로를 모두 씻어내 주는 순간이다.
그래서 어느 양반이 유언으로 자식들에게 하늘을 자주 올려다 보라 했던 것일까.
그만큼 여유와 휴식의 중함을 알고 그리 유언을 남긴 듯 하다.



약간의 오르막 둘레길을 만났지만 오르막이 마지막이라 생각 하니
무리는 없을 것 같아 다음 여정을 보기 시작한다.
장산도에 속한 백야도라는 작은 섬이다.
조금씩 배시간이 가까이 오니 가던 길을 멈추고 내륙으로 나왔다.
오늘 따라 바람이 강하여 눈을 뜨기 곤란했지만
바람에 나부끼는 청초한 풀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비에 씻겨나간 풀잎색이 황홀하여 보는 내내 황홀경을 맛보고 있다.





​광활한 목초지 사잇길을 걸어 나와 도로로 접어들 무렵
길 양 옆으로 흔들리는 녹색의 향연이 바람에 펼쳐진다.
이것 역시 걸어야만 보는 귀한 풍경이라 내 가슴에도 아름다움으로 그려지는 풍경이 되고,
오랜 세월 인고의 시간을 견딤으로써 고통의 향기를 지니게 되는 용연향처럼
나 역시 지금 길을 이겨내면 또 하나의 길이 인생길에 생기는 결과인지라
흐믓한 마음으로 녹색의 길을 걷는다.



​다시 내리막이다.
길을 걸을 때 무릎이 무리가 오는 것은 오르막 보다도 내리막이기에
발바닥 통증이 올까봐 조심스럽게 갈지자 형태로 내려간다.
촘촘히 올라오는 봄나물 꽃,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밀려오는 풀잎들,
그 끝자락엔 내 이야기가 더해지고 봄은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짧게 지나가나 보다.
항구까지 우측으로 휘어져 있지만 올라선 순간
길게 늘어진 풀잎을 보며 광활한 목초지를 보고 감탄을 하게 되는데
사잇길 밖에서는 도무지 볼 수 없는 풍경인지라
더욱 애정을 가지고 구석 구석을 보며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