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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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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섬티아고 순례길 걷는 길 16(On the pilgrimage to Sumtiago Sixteen)

도심서 여행을 한다면 많은 곳을 다녔겠지만
비나 눈이 오는날 거리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걷다 보면 사람보다 좋은 것은 없음을...
바람이 지나가면 반드시 하늘은 열리고
하늘도 맑디 맑아 평소에 보이지도 않던
풍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아마도 많은 문학가들은 이런 광경을 보면
역경을 이겨낸 뒤의 하늘이라고 말할 것이다.
역시나 바람이 모든 악한 것을 몰고 가버린 탓에
지나간 다음에 오는 하늘은 청량함을 주는 것 같다.
사랑도 아픔을 가졌더라도 다음에 오는 사랑은
앞 사랑이 모든 아픔을 데리고 가서
가슴에 작은 앙금이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주어
더욱 아름답고 예쁜 사랑을 할 듯 하다.
이제 마지막 여정을 향해서 걷는다.

바닷물이 썰물에서 밀물로 바뀌어

파도 소리와 함께 가슴에 스미는 시간.
파도가 이렇게 2중 또는 3중으로 밀려 오면
바람의 세기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섬 생활을 하다 보면 바람을 많이 맞이하게 되는데
이런 바람이 오는 길목은 태어나는 아이가 많고,
태풍이 지나간 후에 숨을 거두는 이가 많다고 한다.




​섬은 달의 인력이 바닷물을 끌어당기면
사람의 액체는 바다의 인력에 끌려가는데 이것이 이별이고,
이별은 이처럼 섬에서 앓는 이별 앓이가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인가 보다.
그렇기에 섬을 소재로 한 모든 문학은
슬픔과 한의 정서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듯 하다.




​바람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뜻에 담긴 무서움과

깨끗한 바람이 절명시처럼 순정하기만 하다.
나는 언제 한 번 저 내리는 눈발처럼 맹목으로
하얗게 쓰러지는 순정인 적 있었을까.
하늘이 바람에 의해 맑아지면서 하얀 눈발처럼 밀려 들어 오는 파도는 아름다운 시가 된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고난과 역경에 맞딱뜨리게 되는데
삶 속에서 고난과 역경은 비록 괴롭고 힘들지만,
또 그것들이 있어야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변화의 요인이 됨을 기억해야지.



​그래서 지금 좀 어려운 고난에 처해있거나 노력의 과정이 너무 길고 외로워서 고통스럽다면,
지금 이 과정 때문에 내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살아야겠다.
바람이 심한 날 섬은 모든 꽃들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가지가 휘게 되는데
저리 큰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고 살아내는 것은
아마도 이기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바람 따라 몸을 맡기는 습성 탓 일 듯 싶다.
자기보다 더 힘이 센 것에 저항 할려다가 부러지는 것 보다는
살아남는 쪽을 택한 현실에 박수를 보내 주고 싶은 오늘.
살아가며 목소리를 내는 날도 많겠지만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님을 알고
타인에게 꾸짖 듯 내 뱉는 어리석음을 가져선 안되겠다.
이것이 이번 걷기에 얻은 진리다.
내 이력서에 또 하나의 길을 얻었다.
이제 소악도 항을 찾아 육지로 다시 내 시간을 찾아 떠난다.
섬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