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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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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의 섬 거사도에서 가을을 만나다 3(Meet Autumn in Geosado, Sinan)

맑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겨울 옷을 입은 듯 일찌감치 끼어 입은 내피 사이를 파고든다. 또 하나의 계절이 이렇게 지나고 있는 듯 하다.

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장을 되새기면서 세번째 섬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아마도 세번째 코스에서는 명소는 아니지만 투박하고 정비되지 않은 노둣길을 넘어간다.

지금 시기가 바닷물이 탁하고 단풍이 조금씩 들고 있어 풍경이 가을 옷을 입기 시작함을 보게 된다.

주소 : 전남 신안군 팔금면 거사도리

노둣길을 넘어갈 즈음

갑자기 소나기가 지나 가더니 습한 기운이 몸으로 엄습해 온다.

우비 속에 갇힌 체 홀로 감당해야 하는 고독과

축축하고 퀴퀴한 불쾌감을 이겨내는 인내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계절은 억새와 갈대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지라,

갈대가 하늘을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평원에 서면 
어찌 그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은 바람이 거세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하지만
세번째 섬에서 바라 보는 바다는 그저 좋기만 하다.




​이제 또다른 노둣길을 만나 건너기 시작한다.
걷다가 부상으로 못다 걸은 추자도의 길이 생각난다.
다른 곳을 걸어도 늘 마음은 추자도를 걷고 있다.
숲 속은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휘파람을 불고 세찬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래도 지나기 전에 섬의 정기는 한층 맑고,
밤새 하늘에서 받은 별 빛과 기운을 숙성시켜 더욱 깊은 정기로 바꿔놓고
섬을 가로지르는 내 몸에 끼얹어 주는 듯 하다.



인생여등산이란 말이 있다.
때론 난관에 부딪히고 때론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하지만
그렇게 한 걸음 내딛으면서 나만의 길을 만드는 것이겠지 싶다.
어느 길을 걷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기에
그것이 인생이고 걷는만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먼 길을 걸었다고 해서 높게 올랐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 걸었다고 해도 기후에 따라 나쁠 수도 있고
짧은 길을 걸었다고 해도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거사도를 다시 온다면 아마도 눈 쌓인 겨울이지 싶다.
지루한 시간을 단축하는 묘책은 눈을 감는 일이다.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시간은 더디 가기에,
기쁘고 즐거웠던 예전의 세월 속으로

나를 이끌고 들어가야만 보내는 시간 자체가 즐거운 듯 하다.
홀로 배를 기다리며 선착장 좌판에서 
해삼을 안주 삼아 맥주 한 잔 마시던 홍도의 내 모습은
내가 경험한 어떤 여행의 추억보다 멋진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