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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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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임자도의 끝 전장포에 반하다 2(fall in love with the Jeonjangpo at the end of Sinan Imjado)

한낮의 뜨거움은 등줄기에 땀을 생성하게 하고 발걸음을 더디게 하지만 평지를 건너는것 보다는 발바닥을 지압하듯이 걷는 갯바위 길이 요즘은 더 익숙해진 기분이다.

아마도 걷는 발걸음에 연륜이 생겨 이젠 걸음걸이에도 힘이 생겨 등대에 이르게 되면 내 걸음도 익어 가고 그 익어감에 또 하나를 이뤘다는 보람을 갖는다.

섬 둘레길을 걷는 데는 요령이 필요하긴 하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썰물 시간을 알아야 하고 또 하나는 안전하게 주변을 걷는 것이다.

주소 : 전남 신안군 임자면 전장포

바람이 많이 불어와 오래전에 5월에 걸었던 규슈 올레길이 생각난다.

이 바람이 방향을 바꾸는 저녁 무렵이 되면 어느 사이에 바람이 멎고

나뭇잎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시간, 바다에 노을이 들고 저녁 한 때 바람이 멎으면서 잔잔해지는 시간.

이것을 규슈에서는 유우나기(夕なぎ)라고 한다.

모든 정적이 흐르는 그런 시간 말이다. 말없이 걷는 지금 시간이 좋기만 하다.




젊은 시절 많은 풍경과 더불어 유명한 곳을 걸으면서
내 글 속의 주인공은 늘 이렇게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들을 만나고 나면 항상 나는 슈만의 음악을 듣게 됐고,
그의 곡 중에는 특히 피아노 협주곡을 애청하며 들었는데,
세상에 수없이 많은 낭만주의 음악이 있지만,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만큼 낭만주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음악이 또 없다라고 생각한다.




​징검다리 형태의 긴 길을 갯벌을 피해서 걸어서 하나의 코너를 넘으니

타포니 형태의 암벽이 눈 앞에 보인다.

역시나 바다와 함께하는 풍경에는 슈만의 음악이 가장 좋은 소재가 되는 듯 하다.
영화의 한 장면 아니면 한장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맛이
강하게 나는 그런 오후가 되고 있다.
레오 카락스의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면 영화가 시작 되자마자
아주 오랫동안 격정적인 첼로 독주가 작렬하는데
바로 코다이곡의 흐름처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런 느낌일 것이다.


영화관을 터뜨릴 듯 긴장시킨 도입부 영상의 팽팽한 첼로 독주 사운드는
지금 떠올려도 후들후들하는데 풍경에 이렇게 가슴 설레 보기도 참으로 오랫만인 듯 하다.
걷는 행의는 무엇보다도 규칙적이고 절제 있으며
지속적인 리듬 속의 삶이 있다. 이러한 원칙에서 어긋났을 때
우리 몸은 변화가 오고 결과적으로 좋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걷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