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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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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임자도의 끝 전장포에 반하다 1(fall in love with the Jeonjangpo at the end of Sinan Imjado)

입추가 지난 하늘에는 고추잠자리가 날고 풀벌레가 울기 시작한다. 도심에 살면 언제나 가을이 오기전 잠들기 어려울 정도의 소리를 듣곤 했는데 말이다.

몇년전 읽은 공지영의 해리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듯 했다. 이 계절에 삶을 돌아보면 설렘을 느끼게 하는 봄비와는 달리 가을비는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태양이 점점 멀어져 가는 찬기운으로 감정의 기온마저 떨어뜨리고 그래서 가을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가을비인지도 모르겠다.

주소 : 전남 신안군 임자면 전장포

이번 비가 지나면 단풍이 올 것이고 거리에는 낙엽이 흩날리면서 수북이 쌓인 낙엽은
마치 지나간 시간들처럼 내 주변에도 지나간 시간이 쌓일 듯 하다.
지금 내리는 비는 어쩌면 세상을 덮어버리는 눈보다는 깨끗하게 씻겨줄 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준 것인지도.... 조금 비가 주춤한 틈을 타서
손으로 머리를 가리고 앞을 향해 쉼없는 걸음에 나선다
.




​그래 보았자 머리는 흠뻑 적고
옷마저 비에 젖어 도착 한 뒤에 수건으로 닦아 보지만 역부족이다.
섬 둘레를 걸을 때는 금방이라도 한바퀴를 완주할 듯 하지만
코너를 돌때마다 새로운 코너가 생긴다.
바로 앞이 목적지인 듯 하면서도
돌아도 돌아도 끊임없이 나오는 코너는 더욱 걷게 만들어 준다.




너의 이름 노래가 되어서 가슴 안에 강처럼 흐르네.
흐르는 그 강을 따라서 가면
너에게 닿을까~~ 지친 몸에 김윤아의 강을 흥얼거려 본다.
오후부터 전장포 항구부터 등대까지 왕복 4시간이지만
썰물에만 가능한 곳이기에 천천히 미음완보 하면서 첫걸음을 내딘다.



​썰물이 되어 드러난 풀등을 지나 지도에 나타난 4번의 코너를 돌고
징검다리를 건너 노두길과 제방을 넘어서 암벽 수준의 길을 건너면
아마도 등대를 만날 것이다.

수억년전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타포니 지형의 암벽이 그저 예쁘게만 보인다.
이것이 바로 숨겨진 섬의 속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