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내륙을 걷다가 노을이 들무렵 함안 고분군을 걸었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고대 왕들의 무덤이 있어서 그런지 외국의 왕릉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비장함이 스며들 듯 하고, 고대 무덤이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멀리서 보는 느낌은 가까운 곳에 반하여 또다른 매력이 있는 듯 하다. 잠시 소나기가 지나 가더니 하늘에 붉은 노을이 들기 시작하고 파란색은 감추어졌지만 태양이 고분에 걸려 내가 서 있는 곳에 운치를 더해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함안은 어디를 걷던 고분이 주는 이미지가 강하여 역사를 되돌려 보는 버릇이 생기게 해 주었다.
누구나 유종의미로 장식하는 순간을 꿈꿀 것이다.
좋은 결과를 거두기 위해선 정성을 다하는 시작의 순간이 있어야 하고,
마치 가을의 황금 벌판을 꿈꾸면
우직한 마음씨로 임하는 농부처럼,
농부의 마음으로 시작해야 할 시기가 필요할 듯 하다.
그것이 한 나라를 통치하는 위정자의 자세가 아닐까.
이렇게 내가 좋아 걷는 길에 두고온 내 마음을 되새겨본다.
역시나 노을이 드는 시간은
여행객에게 약간의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주는 듯 하다.
고분에 노을이 들 무렵 연인들이 걷고 있는 모습도 보이지만
이 동그란 역사안에 나 혼자라는 사실이
그냥 중압감으로 다가오는데
노을이 들 때 고분에 서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기분이다.
철이 든다는 말은
자기가 서 있는 자리와 시간을 안다는 말이라고 하는 데
길을 시작하면서 내가 철이 드는 것을 알게 된다.
오늘은 오후에 소나기가 와서 날씨가 추웠다가 풀리기를 반복하고
바람은 거세져서, 오른 기온과 상관없이 옷깃을 더 여미게 한다.
고분에서 한참을 지는 태양을 바라보다가 잠시 고분에 잠든이를 생각해본다.
살아생전 얼마나 큰 부귀영화를 누렸을까.
그래도 죽음이라는 숙명 앞에서 아무런 힘이나 재물을 발휘하지 못한체
세상을 떠났을건데... 무엇을 가지고 떠났을까.
고분에 이름도 없이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다.
고분을 둘러보는 동안 몇 쌍이 연인들이 걷는 모습이 보인다.
노을은 언제 비가 왔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붉은 하늘을 보여 주어 걷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지만
비가 온 탓에 쌀쌀함과 쓸쓸함이 내린다.
고분을 내려와 걸으며 뜨거워진 발을 달래 주는데
오늘은 그냥 막걸리 한잔이 그립다는 생각이 드는 절로 드는 시간이다.
막걸리가 독 안에서 익어가는 재래식 양조장 막걸리가 생각나고
이러니 파전에 막걸리는 비 오는 날 마시나 보다.
그동안 연락을 못한 친구들에게 안부 톡을 보내니 부럽구나~라는
일정한 패턴의 소식이 들어온다.
답한다. 집나감 개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