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을 걷다 보면, 무덤을 자주 보게 되는 데 언제나 사각형 형태로 돌을 무덤 주위에 둘러싸고 있고, 중간에 구멍이 뚫려 있다.
이는 다른 곳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는데 영혼이 들락거려야 한다 해서 무덤을 두른 돌담에 구멍을 내어 놓기도 하고 들어오는 위치를 남녘으로 향하는 무덤이 대부분이다.
이곳 고분은 웅장한 높이와 넓은 둘레에 먼저 감탄사를 내고 숫자가 많은 고분에 당시의 군왕들의 위엄을 그려보게 된다. 어쩌면 고인과의 대화도 길을 걸으며 할 수 있을 듯 하다.
주소 : 전남 나주시 반남면 고분로 747
오늘은 비가 오기를 바랬지만 비가 오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왜냐하면 바다 트래킹은 비보다 맑아야 하고
실내를 돌아볼 때는 운치있는 비가 와 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 세상 날씨가 제 뜻대로 될리 없기에 아쉬움이 커진다.
육지는 그 지역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먼저 보는 것이 걷기에 도움이 되기에 나주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분안 독널에 잠들어 있는 부족의 왕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생활을 잠시 상상해보다가
박물관을 나와서 여러 장소에 분포된 고분군 사잇길을 걸었다.
고분군 분포가 영암군,무안군,나주시 이렇게 여러곳에 분포되어 있어
조금 빠른 걸음으로 역사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바다와 섬으로만 걷다가 내륙을 걷는 걸음인지라 눈의 피로도가 높았지만
나름 육지가 주는 느낌이 좋았다.
아 그런데 섬사람들이 육지에서 살면 육지 멀미를 한다고 하던데
처음으로 가만 있는 데도 울렁거림이 오는 것이 아무래도 나역시 섬사람이 된 듯 하다.
고분과 고분 사이에 잠시 만나는 도로가 옛스럼을 없애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쁜길로 정평이 나 있어 일부러 코스를 이탈하여 조금 돌면서 걸었다.
노란 꽃이 국화마냥 보이고 바람에 흔들거리는 유채꽃의 모양이 눈의 피로도를 덜어 준다.
이것이 바로 트래킹을 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이 길을 내려서면 또 다른 고분이 나를 부를 것이다.
생각지도 않게 코너를 돌아서 예쁜 길을 만나 그저 행복한 마음이 가득 들었는데,
아마도 주어진 길로만 갔으면 만나지 못했을 풍경이었을 것이다.
오전 시간은 여독을 풀기 위해서 주변 지역의 박물관에서 보내기로 했다.
우리 땅에서 이렇게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요즘은 많은 관광객 중에 걷는 분 보다는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많지만 사회 분위기가 정상적인 시절이 된다면
아름다운 고분길을 권해 보고 싶다.
작은 경주 반남고분군, 이곳은 3개 도시가 연결해 있지만 이곳은 비가 온다면 보물 찾기 마냥
걸어보면 말을 하지 않아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