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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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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에 애상에 젖으며 걷다(Walking in sorrow on a spring night)

밀란 쿤데라가 그랬던가
모든 우연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걸어본 밤길 트래킹이지만
낯설지가 않고 졍겨움으로 다가온다.

베를린 기차역에서 안타깝게 헤어지며
아무 말 없이 10분도 넘게 포옹하면서
키스하고 눈물을 흘리던
그 연인들이 오늘은 생각이 난다

뱀장어 치어를 잡는 그들에게는 생의 전부이지만
내겐 봄밤을 밝히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기에
그저 미안하기만 하다.

김윤아의 길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그냥 이 길을 걷는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동안에 많은 시간을 섬을 걸으며 때론 편안한 걸음걸이가 아닌 해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걸었던 적도 있었지만

오늘밤은 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본다. 




​밤길을 걸으며 잠시 걸어온 길을 돌아 보는데

조금은 차갑다는 느낌이 드는 봄바람을 맞바람으로 맞으며 치어를 잡는 사람들이 보인다.

즐거운 마음보다는 생업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올리고 움추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냥 눈물이 흐른다. 왜일까?

제주 올레 길을 걸으면서 가장 흐믓한 순간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순간이었는데

오늘밤은 그냥 눈물이 흐르는 애상에 젖는 밤이다.

하구둑 중간 지점을 걸을때쯤 벌써 8천보를 넘게 걸었으니

휴식 삼아 걷는 길 치고는 많이 걸어온 듯 하다.

잠시 멈추고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이때가 제일 편한 시간으로 다가오는 것은

앞으로 남은 길보다도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는 순간은

이만큼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 흐믓해지기 때문이다.

하구둑을 밤에 걸으며 잠시 쉬는데 발바닥이 뜨거워져 온다.

얼음물에 발한번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화끈거리는 것이 뜨거운 불에 데인 듯 하여 발을 식혀준다.

양말을 잠시 벗고 맨발이 되어보니 시원함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올라와

마음까지 시원해지고 피로를 모두 씻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발바닥이 달구어진 상태에서 시원함을 주니

세상 어느 것도 필요치 않은 시간이 되었다.

돌아가는 길 야밤에 걷기를 운동삼아 앞서가는 이들이 보인다.

저들은 이 늦은 시간에 왜 걷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