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을 하며 일상적인 생각과 걸음의 속도가 달라지는 게 여행의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엔 먼 산엔 하얀 서리와 차가운 냉기가 일어나 겨울 아침을 제대로 보여 주는 날씨였다.
차가운 바람이 희미한 안개를 부르고 어쩐지 그것 역시 초겨울의 아침에 주는 계절의 메시지 같다.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서리를 찾아 걷는 나의 발걸음은 미세한 풀 잎을 조심스럽게 밟고 있다.
서리를 맞은 풀 잎을 카메라에 담는 지금 순간은 차가움도 잃고 세상 모든 시름을 망각하게 하는 순간인지라 그저 물아일체의 묘미를 맛보는 지금이 좋다.
주소 : 정읍 산외면과 칠보면의 경계에서
자신과 만나는 것, 흩뿌리는 안개비를 피해 마시는 커피의 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겨울 서리가 고마울 뿐이고, 서리가 내려 앉은 작은 풀잎마저 소중하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고 안개가 몰려와도
새로운 겨울 풍경에 감탄하며 충만해질 뿐이다.
날마다 계절병에 그리움이 가득하니 백수가 과로사할 수 있다는 말은
참으로 기가 막힌 절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