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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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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섬티아고 순례길 걷는 길 13(On the pilgrimage to Sumtiago Thirteen)

점심을 간단하게 하고
소악도를 향하여 노두길을 걷는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이 아마 마지막 진섬은 어려울 듯 하다는 말을 하신다.
머 못 건너면 담에 한번 더 오지요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노두길을 지난다.
노둣길에 중간에 있는 9번집은 밀물에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오는 위치에 있다.
어차피 12번을 못하니 조금은 마음에서 여유가 생겨
9번집 앞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또 눈이 바람과 함께 내리기 시작한다.
지금 내리는 눈은 나를 차갑게 하는게 아니라
축복을 주는 눈이다.
제법 굵어지는 함박눈은 아마도 올 겨울 마지막 눈이 될성 싶다.

내리는 눈을 맞으며 소악도로 들어서는 노두길을 건넌다.
앞서서 걷는 순례객들이 발길이 바빠지는 것을 보니
아마도 진섬에서 딴섬으로 건너고 싶은 마음탓인 듯 하나
지금쯤 이미 밀물이 되어 건너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오는 것은
노두길 옆 바닷물이 밀려오면서 내는 파도소리가 제법 나기 때문이었다.





물이 빠진 마른 갯벌을 건너가는 순례객이 보여
급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데
사람도 하나의 풍경이 될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비록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옷으로 머리를 두르고 뛰는 장면이 아니지만
걷는 모습 자체가 나에게는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여러 길이었지만 소악도에서 진섬으로 가는 길은
참 예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길이다.



잠시 바람을 피하면서 오랫만에 친구에도 톡을 보냈다.
연휴가 아까워서 갈맷길을 걷는데 벌서 봄이 온 듯한 날씨라고 답이 온다.
눈이 내리는 풍경을 찍어 보내주었드만 몇년전이야? 라는 엉뚱한 물음이 와서
그저 ㅋㅋ 거리며 웃고 만다.
모처럼 친구에게 톡을 해서 눈온다고 하니 거짓말이라는 구사리를 받구
친구가 이렇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아직은 봄이 멀었다는 신호가 내리는 눈일진데

땅에서는 야생화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피부로 느껴지는 계절은 쓸쓸한 겨울임을 걸으면서 피부로 안다.
지긋 지긋했던 눈이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고,
마른 강아지 풀 꽃에 앉은 눈은 하얀 풍경화를 그리고
이렇게 눈은 야생화보다 먼저 봄을 내리게 하는데 내가 느끼지 못했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