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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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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섬티아고 순례길 걷는 길 8(On the pilgrimage to Sumtiago Eight)

갈대가 모두 사그라져
지금 시기는 갸냘픈 모양으로 빛나는 시기이다.

바다 갯벌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바스락 소리를 내며 서있는 갈대가
군락을 이루면 장관을 연출한다.
전국에 유명 산지가 산재 되어 있지만
바다에서는 갯벌 주변에서
갈대를 보기에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마지막 겨울의 오후를
눈으로 마음으로 즐기며 걷는
지금이 참 좋다.

이제 병풍도를 노두길을 걸어나와
3번 사도의 집인 야고보의집을 향해서 발걸음을 돌리는데
해가 구름밖으로 나오더니 쌓인 눈을 녹이기 시작한다.
눈 위에 뒹구는 미처 지난 가을에 안착하지 못한 낙엽이
걷는 트래커들의 무심한 발길에 이리저리 차인다.​




이제 지나가는 겨울을 즐기기에는 눈 앞에 와 있는
봄 탓에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3번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어
긴 연기를 내뿜어 본다.
병풍도를 걸었던 몸과 마음에게 위로를 주는
담배 한 모금이 지금은 최고의 선물 같다.



​물론 따뜻한 차 한잔도 좋겠지만 어쩔 수 없으니...
갖추어진 다기 세트에
따뜻한 홍차를 마시면서
이바구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걸으며 느꼈던 감정을 말하고 들어 주는
그런 시간도 어울리는 풍경이라고 여겨진다.
친구야 그립다.

겨울이 지나는 길목에서
작은 연못에 삭아가는 연줄기가 보인다.
화려한 꽃으로 생을 살다가
모두 떨군 뒤 남은 연 줄기는 씨앗을 품고
뿌리는 음식으로 제공하고
잎은 잎대로 건강한 삶을 제공해 주고,
꽃은 차로 제공해 주니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모든 것을 다 내어 주는 연꽃이기에
더욱 정이 가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연꽃 역시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 전부인 듯 하다.